겨울추억
옛날 ...그러니까 내가 소년시절의 일이니 약 40수년전의 일상적 모습이다.
그때는 가을에 추수를 끝내고 나면 온통 텃밭이나 마당 곁에는 집단을 쌓아두어 집체만큼 큰 볏짚더미가 생긴다.
장난기 많은 우리는 불장난을 하다가 그것을 몽땅 태운적도 있었다.
겨울이 되면 산촌의 겨울은 땔나무 준비가 우선이다.
눈이 많이 오면 나무를 할곳도 없고 추운 온돌방을 뎁힐 방법이 없기때문이다.
그래서 눈오기전에 장작을 패서 쌓아 두거나 나무를 해다가 광에 가득 채워둔다.
간혹 굵은 참나무는 적당한 크기로 짤라서 마당 끝에다 둥그렇게 세워놓고 그 위에 왕겨를 몇가마 덮은 다음 모닥불을 놓는다.
그 왕겨는 타는 속도가 매우 느려서 쉽게 꺼지지 않고 안에 들어 있는 참나무를 태우는데 그렇게 약 3~4일 타고 나면 하늘색 연기가 나게 되는데 그때쯤에 모닥불을 헤처내고 참나무 불덩이를 흙에 묻는다.
그것이 바로 참나무 숯인데 명절때나 무슨 일이 있을때 화로에 지펴 부침개를 하거나 적을 익힐때 쓰곤 하였다.
헌데 밤나무를 재료로 해서 만든 숯은 영락없이 머리가 아파서 죽을 지경이었는데 아마도 까스가 많은 종류였나싶다.
원래 숯가마는 숯목을 어린아이 키만큼씩 잘라 가마 구덩이를 파고 가마 가장자리는 돌이나 흙을 이겨 빈틈없이 마감한다음 굴뚝을 가마의 바닥선 맨끝에서 별도로 뽑아 올린 다음 가마에다 수직으로 숯목을 빼곡하게 세워 채운다.
그다음 그 숯목위에다 억새를 두툼히 덮고 또 그위에다 좋은 흙을 물에 이겨 15전정도 지붕을 만들어 얹고 약하게 떡메로 처준다.
그리고는 중간에서 약간 후미쪽 양쪽에 또 구멍(굴뚝)을 내준다 .
그런다음 아궁이 부분은 돌로 양쪽에 세우고 위에도 넓찍한 돌을 이맛돌로 얹고 아궁이 모든 부분의 빈틈을 또한 물에 이긴 흙으로 꼼꼼히 막는다.
자 이젠 불을 지필 차례이다.
흔하고 흔한게 산골의 나무이나 역시 화력좋은 참나무를 많이 땐다.
여하간 너댓시간을 불을 때고 나면 가마속 안에 있는 모든 숯목에 불이 붙는다.
그렇게 불이 모두 붙을때가지 아마 하루는 종일 걸릴게다.
완전히 불이 붙고 나면 아궁이를 좁혀서 공기구멍을 가늘게 해 주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마속안의 숯목이 모조리 하얀 재로 삭아 버린다.
그렇게 2~3일 타고 나면 대충 연기를 보고 다 탄건지 안탄건지를 알수 있다.
한창 탈적에는 연기가 꺼멓고 그다음 최고조에 달하면 연기가 노라면서 검다.
그리고 모두 다 탓을때는 연기가 하늘색 푸른 빛깔이 된다.
그때가 되면 또 아궁이쪽의 공기구멍도 막아 버리고 양쪽에 뚫어놓은 굴뚝도
막아버리나 맨 끝의 굴뚝만 남겨둔다.
맨끝의 굴뚝에서 파란 연기도 아닌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보일때 그때 비로서
그 굴뚝도 막게 된다.
자 그러니 지금의 상황을 말한다면 저 숯가마 속에는 수천도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참숯의 알불만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약 2일에서 3일이 지나면 아궁이와 모든 굴뚝을 뜯어낸다.
가마속의 불이 모두 꺼져 있으나 가마속에는 엄청난 뜨거운 기운이 남아있다.
아궁이로 들어가 수직으로 쪽쪽 세워진 숯을 하나하나 꺼내노라면 숯에서 쇳소리가 난다.
그 숯을 억새와 칡으로 보기좋게 통으로 엮는데 그 모습이 매우 보기좋고 독특해서 신기하게 여긴적이 참으로 많다.
숯을 다 꺼내고 나면 그 천정이 벽돌처럼 굳어져 있다.
불에 구워낸 벽돌처럼 단단해서 그 위에 올라가도 깨지지 않기에 그담 부터는 숯목만 채워넣고 불만 때면 되는것이다.
이웃의 아저씨가 숯가마를 하다가 산림감시에게 고발 당하던 기억과 지서에서 경찰이 찾아와 붙잡아 가는 광경도 여러번 목격했다.
그 숯가마 일은 연기가 엄청나게 나기때문에 아무리 궁벽한 산골이라도 수십리 밖에서까지 보이므로 영락없이 들키게 되어 있었다.
남의 논밭을 소작 부치던 가난한 농가에 자식들은 칠팔남매 .... 호구지책이 없어 숯가마를 했노라고 하소연 하면 훈방 되어 나오시던 그 아저씨도 돌아간지 몇몇해....
50 ~ 60년대 그 어렵던 시절 내가 보아왔던 숯가마에 대한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