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산골 홀애비

江村 2008. 1. 12. 20:37
 산골 홀애비의 겨울나기

 

나는 거듭 그옛날 내가 태어나 자란 동네에 살았던 어느 홀애비를 잊을수 없다.그는 언제나 나의 뇌리에서 걸쭉한 말 푼세 와 행동거지가 아름답게 남아 있기때문인데 아마도 그 원인은 그가 욕과 장난은 심했어도 천성이 착한 사람이었고 남의것을 탐하지 않는 순박한 사람이기때문이리라.
그의 겨울나기를 어렴풋이 여기에 올려 본다.

 

    에이 ~ 시부럴 ~
    땔 낭구 또 해와야것네 ... 눈두 육실허게 왔씨니 원 ~

 

도끼 들고 뒷산에 올라 상수리 나무를 통채로 베어 넘기고 낫으로 우죽을 처낸후 낑낑대고 마당까지 끌어 와서는 장작을 패 대는데 ~
울퉁불퉁 솟은 근육이 다 떨어진 내복을 찢을듯 보기 좋다.


    구경 하는 나에게 강촌이 너 이거 한번 해볼래?
    잘햐 ~ 도끼질은 잘못허면 죽는거여 ~
    그래서 거기서 도끼질도 곧잘 배웠다.


그는 겨울이면 지게를 걸고 싸리비를 만들어 장에 내다 팔아 돈을 마련 하였다.
지게는 주로 소나무가 가지를 적당히 뻗은놈을 잘라다가 구부러진곳은 모닥불에 파묻어 타지
않을정도로 구운 다음 꼿꼿하게 펴고싶은 방향으로 칡으로 당겨서 묶어 바윗돌을 올려 식혀 내면 감쪽 같이 옳곧은 모양의 소재가 된다.
이걸 일컬어 지겟다리라 했다.
그다음 도끼나 깍기로 적당히 다듬어 내는데 그 모양이 새하얗고 이뻤다.
거기에 끌로 지겟살 꼿을 구멍을 내어 살을 밖고 등퇴를 걸고 지게고리를 매면 비로서 하나의
지게가 탄생 하는것이었다.
작대기는 자작나무가 가장 좋다며 그는 늘 그걸 베어 왔었다.

 

싸리비는 두가지를 매는것을 보았는데 하나는 크고 또 한가지는 짧고 질겼다.
햅 싸리를 지게에 잔뜩 베어 와서는 그걸 두어주먹씩 거꾸로 들고 땅에다 대고 가즈런히 맞추면
 베어낸 밑둥이 들쭉날쭉 들어난다.
그걸 도끼로 잘라내고 칡으로 비를 매는데 그거 열자루 묶은것을 1죽이라고 했고 10죽을 지게에
지면 그 무게가 어마어마 했다.
    
그는 새로 만든 지게에 싸리비를 잔뜩싣고 5일장이 서는 수원까지 지고 가서는 지게와 싸리비를
팔아 오곤 했는데 그가 술이 얼큰하게 취해 동네에 들어 올 때쯤이면 노래 소리에 떠들썩 했었다.
그 모시더라?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 ~  ~ 

가련다 떠나련다 어린 아들 손목 잡고 ~
노래는 곧잘 했지만 끝까지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후미진 골짜기의 그의 움막 집에는 언제나 가난이 쫄쫄 흐르고 매캐한 연기가 언제나 자옥 했었다.
그가 밤마다 달달대는 쥐를 욕하며 하룻불(火爐)을 쑤셔 대던 이야기는 일찌기 했거니와 잠이 안
오는 겨울 밤이면 새끼를 꼰다거나 가마를 첫다.
제법 능숙한 바디질을 해가며 질끈 꼬나문 장수연 곰방대가 썩 어울리던 그는 간혹 무슨 일이 잘
안되면  이런 ~ 시벌 .... 제에미 부털 ~ 
투덜대며 툭탁대는 모습은 참으로 지금 생각하면 어느 방화(邦畵)의 한 장면만 같았다.
그 모랄까 ... 저 시골구석을 배경으로 한 땅꾼이나 산지기의 삶을 다룬 영화 말인데 그나마 그런
영화 속에는 이웃집 노처녀나 별장집 젊은 마나님과의 로맨스나 있지 ....

이건 오로지 외로운 홀애비 그 자체였다.
    
칠흑 같은 산골의 겨울밤은 춥고도 길다.
단칸방 웃 목에는 고구마,쌀가마가 두엇 남짓 있는데 고구마를 쭉쭉 쪄개서는 화루에 석쇠 걸고
구어 댄다.
잠시 고구마 뎀뿌라 익는 구수한 냄새가 번져 그나마 홀애비 냄새를 중화 시킨다.
적막하다...!

적막감도 잠시뿐 .... 부시럭대는 도둑굉이 ~

찍찍대는 쥐들의 발광 소리가 들린다.

 

는 또 신문지를 쭈욱 �어 장수연을 똘똘 말아 화로에 불을 붙인다.

양 볼이 쏙 들어 가도록 빨아대고 ..... 
푸우 ~ 
어이 ~ 독허다 !